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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미얀마 인레] 인레 호수 근교 투어, 인데인 파고다

냉탱 2020. 4. 22. 18:07

아침을 여는 미얀마 상인들의 모습

 탁발 행렬이 보고 싶어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탁발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새벽 6시가 되자 스님 한 분이 지나가셨다. 그 분은 심지어 탁발도 안 하셨다. 알고 보니 탁발 행렬은 랜덤이었고 내가 기다렸던 날은 안 하는 날이었다. 탁발 행렬이 있을지 없을지는 현지인도 모르는 듯하다. 만달레이에 가면 매일 아침 탁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인레에서는 볼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마음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다. 탁발 행렬을 놓치고 전날 보트를 탔던 가게를 찾아가기로 했다. 인레 근교에 인데인 사원이 있는데 그 곳은 보트를 타고 인레에서 1시간 정도 가야했기 때문이다. 내가 묵었던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는데 자전거를 타고 1시간이 지났는데도 못 찾았다. 맞다. 나는 길을 잃었다. 그래도 길을 잃은 덕분에 수상 시장도 보고 미얀마 상인들, 보트를 타고 인레로 넘어오는 사람들도 보았고 현지 식당들도 발견했다. 마음이 여유로우니 길을 잃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빠다웅족 할머니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전날 돌아왔던 길을 되짚어 보트를 타는 곳을 찾았다. 인데인 보트 투어를 가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빠다웅족이 있는 곳이다. 목이 길어서 여러 개의 링을 감고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보기에도 독특하고 이국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객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막 막상 도착해서는 후회했다. 이 곳은 여행객이 빠다웅족만을 목적으로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글들을 보았을 때, 나는 이 곳이 마을인 줄 알았는데 한두명의 빠다웅족을 데리고 와서 전시하는 기념품 가게였다. 사람을 전시하는 느낌이라서 괴기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관광객이 빠다웅족을 보고 싶다고 하면 뱃사공이 기념품 가게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빠다웅족을 보러 왔다고 하면 힘 없이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나와서 사진 속의 벤치에서 같이 사진을 찍어 주신다. 내가 갔을 때는 며느리가 잠깐 살고 있는 마을로 돌아가서 혼자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쓸쓸하고 외로워보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나는 이 할머니한테 너무 죄송했다. 빠다웅족은 태국과 미얀마 사이의 산에 사는 고산족이라고 한다. 애초에 미얀마에 있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인데인 사원 앞을 흐르는 강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하고 인데인 사원으로 떠났다. 인레 호수에서 인데인 사원까지는 약 1시간정도 걸렸다. 내가 인데인 사원에 갔던 날은 날이 좋아서 햇빛이 쨍쨍했다. 이런 날씨에 지붕이 없는 곳에서 한 시간씩 앉아있는 일은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선크림, 선그라스, 가디건, 음료수를 준비해가서 많이 타지 않고 더위도 먹지 않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인데인 사원 앞에는 강이 있었다. 물 색깔이 흙빛이라서 깨끗해 보이진 않았는데 현지인들은 그런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목욕도 하고 아이들은 수영을 하며 놀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만큼 더럽지는 않구나하고 생각했다. 강을 지나서 인데인 사원으로 갔다. 사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전통 모자를 빌렸다. 원래는 전통 모자를 파는 곳인데 나는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돈을 내고 빌렸다. 

 

왜 여자는 안 되는 거죠 ㅠㅠ

 인데인 사원까지 가기 위해서는 꽤 많이 걸어야 한다. 걷는 동안도 눈이 즐거웠는데 양옆으로 상점들이 있었서 기념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티셔츠부터 목이 긴 여인 조각상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비슷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올라가는 동안 가격을 비교하고 내려올 때 구입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인데인 사원가는 길에 다른 사원들도 있어서 중간중간 구경을 하면서 갈 수 있었다. 인데인 사원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제대로 봤던 것이 이 부처님이었다.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여자는 출입을 할 수 없었다. 왜 여자는 안 되는 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쉬웠다. 사원 내부에서는 현지인들이 차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있었다.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미얀마 사람들에게 사원은 일상의 일부인 느낌이었다. 

 

뾰족뾰족한 인데인 사원(Shwe Indein Pagoda), 타일이 엄청 뜨거우니 발바닥 조심! 

 인데인 사원하면 바로 나오는 이미지는 이 뾰족뾰족한 불탑들이다. 이 불탑들을 찍기 위해서는 타일의 뜨거움을 참아내야 한다. 바간의 아난다 사원과 맞먹는 뜨거움이었다. 타일에서 계란후라이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같은 뜨거움이었다. 불탑의 앞에는 이름이 적혀있는 것 같았다. 미얀마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외국 사람들의 이름도 있는 것 같았는데, 이 불탑을 세우는 데 혹은 이 사원을 세울 때 보시를 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데인 사원의 상징인 이 뾰족뾰족한 불탑은 생각만큼 흥미롭지 않았다. 하지만 인데인 사원에서 만났던 소수민족들이나 인데인 사원까지 오는 동안 보았던 다른 사원들과 풍경들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좋았다. 

 

인데인 사원을 내려가면 볼 수 있는 불탑들

 인데인 사원만큼 흥미로웠던 건 근처에 있던 불탑과 사원들이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이 곳에서 소떼를 몰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소들도 풀을 뜯고 있었다. 보수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화재 보존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충격적이었다. 너무 여기저기에 조각들이 떨어져 있었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해서 가져가거나 훼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엄청 가까이에서 사원을 보고 관찰할 수 있었다. 미얀마는 이런 유명하지 않고 관리되지 않은 사원들조차 섬세한 조각으로 꾸며져 있고 특이한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왜 이 곳이 아직 숨겨진 보석이라고 불리는 지 알 것만 같았다.  

 

Tip1. 보트 투어를 갈 때는 선크림, 선그라스, 가디건, 모자 필수 (하나라도 빠지면 타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Tip2. 인데인 사원 상점에서는 올라갈 때, 가격을 비교하고 내려올 때 구입하는 것을 추천

Tip3. 인데인 사원 방문 외에도 언덕에서 인데인 사원을 내려다보는 것도 있습니다. 사원 근처에 오토바이 호객하는 분들에게 문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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