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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미얀마 바간] 바간의 불교 사원 투어 2

냉탱 2020. 4. 19. 10:00

 바간에는 일몰, 일출 그리고 사원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인데, 문제는 사원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어디를 보아도 사원이고 불탑이고 불교 유적들이라서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원들을 다 볼 수 없지만 볼 수 있는 만큼 많이 보고 가자는 생각으로 둘째 날도 사원을 관광하러 출발했다. 둘째 날에는 이스쿠터를 타고 갔는데, 스쿠터 가게에서 직원을 섭외해서 같이 갔다. 현지인과 동행한 덕분에 근처에 있는 강가도 구경하고 현지 사람들이 많이 가는 사원도 소개받았다. 바간은 대중교통이 딱히 없기 때문에 자유여행객에게 이스쿠터 운전은 필수이다. 하지만, 이스쿠터 운전을 못 한다고 자유여행을 할 수 없는 건 또 아니다. 나처럼 운전을 못 하는 사람들은 툭툭 기사를 부르거나 택시를 예약하면 된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가게에서 직원을 섭외해서 같이 가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인 듯싶었다.    

 

마누하 사원 (MANUHA GUPHAYA)

마누하 사원 (MANUHA GUPHAYA)

11세기 경 마누하 왕에 의해서 지어진 사원이다. 마누하 왕은 티톤 왕국의 국왕이었지만 파간 왕조의 아노라타 왕과의 전쟁에서 패해 포로 생활을 했다. 마누하 사원이 있는 민카바 지역에서 포로 생활을 했는데, 신분이 강등되고 석방 후에 아노라타 왕의 허락을 받고 이 사원을 세웠다고 한다. 이 사원을 지을 때, 마누하 왕은 사원에 3개의 거대한 좌불상과 1개의 와불상(부처님이 열반에 이르시는 모습)을 모셨다. 그리고 "다음 생애에 어디서 무엇으로 태어나든 누구에게도 정복당하지 않기를!" 기원했다고 전해진다. 사원 내부에는 왕과 왕비의 조각상이 있는데 마누하 왕과 왕비이다. 이 부부는 힘없는 모습으로 앉아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마누하 왕은 미안 마음에 아래를 보고 왕비 쪽으로 시선을 두지만 왕비는 포로 생활 및 고생으로 마음이 상해 왕의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다. 왕 부부 조각상은 후에 추가로 제작되어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사원 내부에 있는 거대한 좌불상은 너무 크고 공간이 좁아 마치 갇힌 듯한 느낌을 준다. 답답한 포로 생활을 끝내고 다음 생의 기리며 만든 사원이라서 그런 지 당시의 마누하 왕의 갑갑한 마음이 드러나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 사원은 1067년에 지어졌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당시에 와불이 없었기 때문에 마누하 왕을 기리며 후대에 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학계의 추측이 있는 사원이다.  

 

부파야 파고다 (BUPHAYA PAGODA)

부파야 파고다 (BUPHAYA PAGODA)

 파간 왕조의 세 번째왕인 퓨소티 왕 시기에 지어진 사원이다. 1975년 지진으로 완전히 붕괴되었고 재복원 사업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부파야 파고다에서 '부'는 미얀마 어로 호리병을 의미한다. 부파야 파고다의 모양이 호리병 모양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퓨소티 왕이 왕이 되기 전, 호리병박 식물로 생긴 문제를 해결하고 공주와 결혼해서 왕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퓨소티 왕은 이 사건을 기억하며 호리병박 식물들을 해치운 자리에 부파야 파고다를 세웠다고 한다. 퓨소티 왕이 총 5가지의 문제를 해결했는데, 각각 지역에 자신이 이루어낸 업적을 기리며 사원들을 지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부파야 파고다이다. 부파야 파고다는 이라와디 강변에 위치하는데 이 덕분에 사원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멋진 강변 뷰를 볼 수 있다. 부파야 파고다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선착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곳에서 배를 탈 수 있다. 부파야 파고다는 어부들에게는 등대이자 안전을 기원하는 기원탑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파야똔주 사원 (Phaya Thon Zu Pagoda)

파야똔주 사원 (Phaya Thon Zu Pagoday)

 파야똔주 사원에 대한 역사적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상대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사원이라 그만큼 연구가 덜 되었기 때문에 정보도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 사원은 지나가다가 "KOREA"라는 플래카드를 보고 들르게 되었다. 한국인으로서 이걸 보고 궁금해져서 이 곳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이 사원은 2016년 지진으로 손상된 파야똔주 사원을 한국 정부에서 보수 및 보존을 맡아서 하고 있는 사원이었다. 한국문화재단에서 하는 ODA 사업으로 2023년까지 6년간 진행된다고 한다. 이렇게 먼 타국에서 우리나라의 흔적을 찾으니 자랑스럽고 또 신기했다. 잘 보수되고 보존 작업까지 잘 마무리되어서 나중에는 파야똔주 사원에 대한 여러 정보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름 모를 사원들

  바간에서 유명한 사원들도 갔지만 중간중간 지나가다가 보이는 사원들도 들렀다. 바간에는 사원이 3,000여개나 된다는데, 내가 방문한 사원들이 어떻게 하나 같이 다 정교하고 다를 수가 있을까 매 순간 놀라웠다. 단 하나도 대충 만든 것이 없었다. 미얀마인들의 건축 기술도 놀랍고 이 모든 게 가능하게 한 미얀마 문명도 대단하다. 특히나 사원 바깥 보다도 사원 내부에 그려져 있는 벽화들이나 불상들이 하나같이 인상 깊었다. 어떻게 그 당시에 벽을 한가득 채우는 그림을 정교하게 그렸는지, 이 많은 연꽃들을 어떻게 채색한 것이지, 저 커다란 불상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하나하나가 의문투성이었다. 생각 없이 봤을 때는 그냥 사원이구나 싶었지만 돔 구조라던가 물결모양으로 벽돌을 쌓았다던가 하는 세세한 디테일들을 발견할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론 유명한 사원들은 그 나름의 이유와 특별함 때문에 유명하겠지만 이런 유명하지 않은 사원들을 방문하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유명하지 않으면 관광객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이런 사원들에는 뛰놀고 있는 아이라던가 더위를 피해서 사원에서 쉬고 있는 가족이라던가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사원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다.   

 

바간에서 돌아다니면 이런 기분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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