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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미얀마 인레] 인레 도착 후, 인레 호수 보트 투어

냉탱 2020. 4. 21. 10:00

조용한 인레 호수 마을

 미얀마에서 세 번째 도시는 인레였다. 바간에서 슬리핑 버스를 타고 인레로 갔다. 나는 따웅지로 가는 티켓을 샀는데 내리는 건 인레에서 내렸다. 티켓을 잘못 사더라도 목적지를 크게 말해주고 버스 승무원이 목적지 조사를 하기 때문에 혹시 잘못 샀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레로 올 때는 JJ EXPRESS 버스를 타고 왔는데 양곤에서 바간으로 갔을 때 탔던 일반 버스에 비해서 너무 편하고 좋았다. 버스 회사에서 작은 버스를 보내서 호텔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주었고 좌석도 훨씬 편했다. 도착했을 때는 새벽 6시였다. 예정 시간보다 2시간 일찍 도착해서 너무 이른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는데 인레는 조용한 시골 동네라 위험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덕분에 8시간 동안 푹 자고 인레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무 푹 자서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내려서 조용한 시골길을 걸어갔다. 조용한 시골길을 걷는 건 처음에 무서웠는데 조금 걷다 보니 익숙해졌다. 이 조용하고 고요한 마을을 걷는 게 즐거워졌다. 

 

 

인레호수 보트 투어

 새벽 6시에 도착해서 어디에 있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얼리체크인이 돼서 호텔에서 쉴 수 있었다. 아침을 먹고 푹 쉬다가 오후 2시쯤 설렁설렁 길을 나섰다. 바간에서 만난 분들이 추천해주셔서 카톡 오픈 채팅방에서 동행을 구해 보트 투어를 하러 갔다. 보트 투어를 하러 가기 전에 인레 호수 마을 근교를 짧게 드라이브했다. 동행을 하신 분이 인레 호수에 오래 머무신 분이었는데 근교 드라이브를 하면서 괜찮은 곳이었다고 데려가 주신 곳이었다. 사람은 거의 없었고 초록 초록한 평지가 쭉 펼쳐진 곳이라서 한적하고 여유롭고 평화로워서 좋았다. 드라이브를 마치고 보트 투어를 갔다. 보트 투어는 별로 비싸지 않았는데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보아 흥정을 잘해야 할 것 같다. 

 원래 예약했던 곳에 시간을 맞춰서 갔더니 뱃사공 아저씨가 다른 관광객이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출발해 버린 것을 알았다. 잠깐 커피를 마시고 예약했던 시간에 갔던 것인데 너무 황당했다. 강가 주변에 있는 보트 투어 사무소들은 프라이빗 투어보다는 다른 여행객들과 조인해서 타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일행이 이미 있으면 그 일행과 보트를 같이 타기를 설득하는 편이다. 그리고 흥정을 하고 바로 타지 않으면 이렇게 돈을 더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약속도 깨버리고 가버리니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곳에 더 이상 뱃사공이 없기도 했고 조금 빈정이 상해서 다른 곳으로 갔다. 주택가 건물 사이에 있는 곳인데 집이 강가랑 닿아 있어서 바로 예약할 수 있었다. 가격도 더 저렴했고 프라이빗 투어를 한다고 뭐라고 하지도 않았다.  

 

뱃사공 아저씨

 나는 강 한군데서 일몰을 보고 싶었다. 보트 투어를 시작하면 수상가옥들이 쭉 보이고 간간히 사원이 보인다. 이 풍경들이 지나가고 나면 식물들이 보이고 마침내 강 한 군데에 있게 된다. 인레 호수를 처음 보면 물이 흙탕물 색이라서 조금 실망할 수 있지만 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깨끗한 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계속 달리는 기분도 시원하고 좋다. 강 한 군데에 이르러서 모터를 끄고 조용히 일몰을 기다렸다. 일몰을 기다리는 순간도 좋았지만 강 한 군데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낭만적이었다. 강 한군데에서 물의 일렁거림을 온전히 느끼며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커피도 와인도 아니고 물만 마셨는데도 상황이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던 순간이다. 구름이 많아서 아름다운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경치도 너무 예뻤고 기분도 너무 좋았다. 이 시간 때가 곧 어두워질 때라서 보트 투어를 많이 안 가기 때문인지 사람들도 별로 없고 조용해서 좋았다. 

 

인레호수의 어부

 인레 호수에 오면 사람들이 꼭 찾는 게 있다. 바로 전통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는 인레호수의 어부들이다. 나 역시도 이 분들이 어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멀리에서 이 분을 발견하고 시간이 늦었지만 다행히 볼 수 있구나 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 분이 나와 일행을 발견하고 우리 배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이 분의 정체는 사진 모델이었다. 관광객들이 인레 호수의 어부에 관심을 가지니까 이렇게 어부들이 사진 모델이 되었다. 관광객이 오면 그 배에 접근해서 사진에 찍히고 팁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나도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너무 상업화된 것 같아서 씁쓸했다. 나름 전문적인 모델인 게 몇 초에 한 번씩 계속 포즈를 바꿔준다. 이것이 바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돌아다니는 어부들의 사진이 한결같이 멋있는 이유인 듯하다. 

 

 한국인이라면 일정의 마지막에 음주를 빼놓기 힘들다. 나 역시도 그랬다. 특히나 미얀마처럼 맥주가 저렴하고 맛있다면 더더욱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다. 오늘 만난 일행이지만 친절했고 괜찮은 분이셔서 같이 맥주 한 잔을 하기로 했다. 마을에 있는 바베큐 식당이었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사실 미얀마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체로 그냥 그랬다. 딱히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돼지고기부터 옥수수까지 골고루 메뉴를 시키고 맥주 한두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은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고 잘 모르기 때문에 쿨하게 안녕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서로 어떤 사람인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안주삼아 이야기하며 저녁 식사를 마쳤다.

 

인레호수 마을의 작은 야시장

 바베큐 식당의 맞은편에 작은 야시장이 열려 있었다. 음식도 팔고 기념품도 파는 작은 야시장이었는데 관광객은 별로 없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나는 배가 아플까 봐 도전하지는 않았는데 음식도 팔고 있었다. 이 곳에 진짜 옥구슬로 만들었다는 2,000짯 짜리 팔찌를 하나 구입했다. 진짜 옥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아주머니가 맞다고 했으니 믿기로 했다. 또, 진짜 옥이 아니면 어떤가 싶기도 했다. 이렇게 새벽 6시부터 시작된 인레 호수의 첫날이 알차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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