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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미얀마 바간] 팁 뜯기는 마을 & 낭우 재래시장

냉탱 2020. 4. 17. 10:00

이 마을에서 가장 자연스러웠던 모습

 호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이바이크를 배우기를 실패한 나는 택시보다 저렴한 툭툭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호텔에서 불러 준 툭툭이라서 전혀 저렴하지 않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툭툭 아저씨랑 사원 한 두 군데에 들러서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간간히 했다. 그러면서 좀 가까워졌는데 아저씨가 사원 근방에 전통 마을이 있는데 되게 추천하는 곳이라면서 가겠냐고 물어봤다. 바간에는 사원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전통 마을 관광지도 있다니 너무 끌렸다. 게다가 그때까지 추천하는 장소가 하나도 없었는데 관광객을 상대하는 이 사람이 괜찮은 곳이라고 추천하는 거면 정말 괜찮겠다 싶었다. 이때까지도 나는 미얀마 사람들이 때 묻지 않고 엄청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었고 보기 좋게 바간 첫 날에 두 번째 사기를 당했다.  

 

자연스러움이라곤 일도 찾아볼 수 없었던 민나투 마을 (Minnanthu Village)

 툭툭 아저씨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민나투 마을(Minnanthu Village)이었다. 아저씨가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사진 속 보라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마을을 소개해주는 대장 같은 분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와 같이 다니면서 "이게 뭐예요?"라고 말할 만한 장소에 멈췄는데 거기에서 손수 시범을 보여주셨다. 사람도 없고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이게 무슨 전통 마을인 거지라는 생각으로 다녔는데 마을 사람들은 나중에 만나게 되었다. 두 군데 정도 멈췄다가 부엌으로 들어가서 부엌의 모습을 보여주고 방을 보여주고 다나카를 보여주고 차를 마시라고 했다. 배 아플까 봐 걱정되기도 했고 마을에 사람이 없어서 이상하기도 해서 빨리 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분홍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물레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정말 괜찮으니 가겠다고 했는데 아래의 사진처럼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제 정말 되었으니 가겠다고 했는데 부엌 뒤로 기념품 가게들이 몇 개 있었고 나는 거기에 다 들려야 했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저렴한 거라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마지막에 그림 가격을 물어봤다가 미얀마 스토커 생길 뻔했다. 그림이 좋고 예쁘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너무 힘드니 도와달라고 사달라고 계속 따라왔다. 기분이 너무 상해서 진짜 가고 싶다고 말했더니 보라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팁을 달라고 해서 5,000짯을 드렸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마을에 있었던 시간은 15분 정도이고 난 너무 이 마을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가 돈이 너무 적다고 더 달라고 했다. 팁인데...입장료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15,000짯을 뜯기고 이 마을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부디 이 마을의 모습이 미얀마 전통 마을의 모습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도대체 이 마을의 정체가 무엇인가하고 나중에 검색을 했는데, 패키지 투어에서 잠시 들러 전통을 체험하는 마을인 것 같았다. 대체로 10여 년 전의 글이라서 현재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때 묻지 않고 순수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서 지금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너무 아쉽다. 전통 마을이라고 하기에도 이상하고 이걸 보통 마을이라고 하기에도 어색할 것 같다. 택시기사나 툭툭 기사 혹은 관광지에 만난 사람들이 민나투 마을에 가자고 하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가서 찾은 방문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집착이 무섭기까지 했다. 실제 나만 당한 것은 아닌 것 같은 게, 바간의 마지막 날에 멀리 있는 사원을 가려고 여행 프로그램을 예약했는데, 거기에서도 전통 마을에 가겠냐고 물었다. 미니벤에는 10명 정도 타고 있었는데 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쩌면 이미 경험을 했고 소문을 들었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낭우 재래시장 표지판

 미얀마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상업화되어 버린 전통 마을 보다는 낭우 재래시장을 추천한다. 낭우 시장은 기념품 구입 및 미얀마 전통 의상인 론지를 구입하기 위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곳이다. 시장 자체는 별로 크지 않은데 고기류 및 과일류부터 생필품류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그래도 사람 구경, 물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나는 낭우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는데 바로 파리 때문이었다. 파리가 엄청 많았다. 그래도 생선과 고기 코너만 지나가면 파리가 별로 없어서 괜찮았다.  

 

 나는 론지 대신에 문양이 있는 바지를 구입했다. 첫날 입고 얇은데 너무 편해서 잠옷으로 입으려고 세 개나 더 구입했다. 실용적인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여행 선물로도 이 바지를 기념품으로 선물했다. 한 개당 3,000짯으로 한국돈으로 2,500원 정도이다. 약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잠옷으로 엄청 잘 입고 있다. 오른쪽 사진의 가게에서 다 구입했는데, 저기가 내 기준에 예쁜 게 많았다. 빅 사이즈도 팔고 있다. 내가 흥정의 기술이 약한 건지 시장에서 바지 가격을 물어볼 때, 흥정은 다 실패했다. 그래도 사원 앞에서 파는 바지나 론지는 비싸니 살 계획이 있다면 낭우 시장에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더불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바간 일정 중에 마주했던 소박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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