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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미얀마 바간] 바간의 불교 사원 투어 1

냉탱 2020. 4. 16. 10:00

 바간에는 정말 불교 사원이 많았다. 툭툭을 타고 가는 동안, 눈을 돌리면 (과장을 조금 보태서) 어느 방향에서건 불교 사원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 바간에는 사원이 많은 것이고 이 모든 사원의 역할은 무엇이었는 지 알고 싶어졌다.

 

 기원전 9세기에서 13세기까지 바간은 파간(Pagan) 왕조의 수도였다. 바간 왕조는 현대 미얀마 영토로 처음 통일시켰으며 미얀마에 버마의 문화, 민족성, 소승 불교를 설립한 왕조이다. 이 시기에 파간 왕조의 영향으로 만 개가 넘는 불교 사원, 파고다, 수도원이 지어졌고 현재까지도 남아있는 건축물들이 3,000여개도 넘는다고 한다. 불교도인 미얀마인들에게 최고의 공덕(착한 일을 하여 쌓은 업적과 어진 덕)은 파고다를 짓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파간 왕조 시기에 나라의 번영 혹은 개인의 부를 보여주기 위해서 불교 유적을 지었다고 한다. 즉, 불교 유적 하나하나가 불교도인 미얀마인들의 덕으로 쌓여 바간이라는 멋진 관광지를 만든 것이다. 

 

담마야지카 파고다 (DHAMMA YA ZI KA PAGODA) 

담마야지카 파고다(DHAMMA YA ZI KA PAGODA)

 12세기에 나라파시팃 왕이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성물을 안치하기 위해 건설된 사원이다. 2003년 군부의 실권자인 탄쉐장군의 기부로 복구되었고 그 때, 탑에 금칠을 해서 다른 사원들과 대비해 독특한 느낌을 준다. 비교적 최근에 보수를 했기 때문에 바간의 다른 불교 유적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훨씬 깔끔하게 되어 있다.  담마야지카 파고다의 또 다른 특이점은 건축방식이 보통의 파고다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파고다들는 정사각형의 대좌 위에 세워지며 입구가 하나이거나 네 개이다. 하지만 담마야지카 파고다는 대좌가 오각형이며 3층이고 입구가 다섯 개이다. 이것은 이 곳에 모신 4명의 붓다와 1명의 미래 붓다를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라티하파테 파야 (NARATHIHAPATE PHAYA)

나라티하파테 파야 (NARATHIHAPATE PHAYA)

 13세기에 나라티하파테 왕에 의해서 지어진 이층짜리 파고다이다. 꼭대기의 장식은 시키라(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장식탑)로 되어 있고 외관에는 다양하게 장식되어 있다. 벽돌로 지어졌지만, 벽돌 위에 회반죽으로 덮여져 있다. 내부에는 부처님의 탱화를 비롯해 불교 상징물에 대한 벽화가 있다. 특이한 점은 이 벽화가 채색되어 있고 800년이 넘었는데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외관도 내부도 아름다운 것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원인 것 같았다. 사원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어서 찾기가 힘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을 덧붙이자면 나라티하파테 왕 시기에 원나라(몽골군)와의 전쟁에서 졌고 이후 파간 왕조는 몰락하게 된다. 

 

술라마니 파야 (Sulamani Phaya)

술라마니 파야 (SULAMANI PHAYA)

 12세기에 나라 파티 시투 왕에 의해서 지어진 사원으로 디자인 면에서 탓빈뉴 사원(Thatbyinnyu Temple)과 유사하다. 또한 담마양지 사원(Dhammayangyi Temple)의 영향도 받았다. 탓빈뉴 사원과 담마양지 사원 모두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관광지이니 직접 방문해서 세 사원을 비교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술라마니 파야는 두 사원에 디자인적으로 영향을 받았지만 틸로민로 사원(Htilominlo Temple) 을 지을 때는 영감을 주기도 했다.  술라마니는 미얀마어로 작은 루비라는 의미이다. 술라마니 파야에는 큰 불상도 있지만 큰 벽화도 많다. 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커다란 와불 벽화였다. 사원을 돌아다니면서 와불 벽화는 거의 보지 못한 터라 이 사원에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쉐산도 파고다(Shwe San Daw Pagoda)

쉐산도 파고다(Shwe San Daw Pagoda)

 11세기에 아나우라타 왕에 의해서 지어진 사원이다. 아나우라타 왕은 강성했던 파간 왕조의 창건자이다. 쉐산도 파고다는 양곤의 쉐다곤 파고다와 연관이 있다. 쉐다곤 파고다는 미얀마 상인 형제가 보시하고 받아 온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모시기 위해서 지어진 사원이다. 쉐산도 파고다도 이 때 이 형제가 받은 부처님의 머리카락 중 한 가닥을 모시기 위해서 지어진 사원이다. 10시간이나 떨어진 각각의 도시에서 같은 이유로 멋있는 사원들을 지었다니 너무 재미있다. 쉐산도 파고다는 정사각형 모양의 기단, 5단의 테라스 형태, 종형 스튜파로 구성되어 있다. 쉐산도 파고다를 올라가는 계단은 엄청 가파른데, 이는 부처님께 다가가는 자는 모두 머리를 앞으로 숙여야 하기 때문에 인간의 겸손한 마음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파고다를 오르는 것은 2017년 11월부터 금지되었다.) 남쪽 법당에는 입불이, 서쪽에는 거대한 와불이 있다.  

 

아난다 사원(Anada Temple)

아난다 사원 (Anada Temple)

 12세기초에 키안지타 왕에 의해 지어진 사원으로 '죽기 전에 봐야 할 세계건축' 목록에 올라가 있는 사원이다. 아난다 사원을 지을 때, 주재료로 벽돌을 사용했지만 조금씩 사암도 사용했다고 한다. 부처님의 애제자인 아난다의 이름을 붙인 이 사원은 수세기 걸친 파간 왕조의 건축 기술의 집대성이라고 불린다. 사원을 지은 후, 왕은 이 사원과 같거나 비슷한 사원이 어디에도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사원 건축과 관련된 8명의 승려들을 살해한다. 아난다 사원은 바간의 사원들 중에서 드물게 흰 색의 사원이다. 파고다의 꼭대기는 황금 시카라로 장식되어 있고 사원의 내부로 들어갈 때, 경건하고 미스터리한 동굴 느낌을 내기 위해서 몬 양식 구조를 사용했다. 내부의 조명이 어둡고 자연광이 격자 창을 통해서 들어온다. 사원의 동서남북에 불상이 있는데,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동서의 불상은 1975년 지진으로 원형을 소실하여 새로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다른 사원들을 방문했을 때, 둘러보면서 이 모든 것들이 9세기부터 13세기에 지어진 것이라니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난다 사원을 보았을 때, 내 첫 반응은 "우와", 한 단어였다. 그 당시에 이런 사원을 짓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믿기지 않도록 아름답고 너무 매혹적인 장소였다. 내가 불교에 대해서 잘 알거나 사전에 공부를 많이 해갔다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중에 좀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이 당시에 잠을 거의 못 잤기 때문에 약간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앞으로 한두 차례 정도 내가 바간에서 방문했던 사원들을 정리한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이 내용과 앞으로의 내용들이 미얀마 바간에서 사원 투어를 할 때, 좀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기억이 되는 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종교적 장소에 가면 그 곳에 규칙을 따라주는 것이 기본 매너라고 생각한다. 천주교 신자로써 나도 성당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무척 나쁘다. 이건 80%가 불교도인 미얀마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일출을 볼 때, 좋은 장소라고 생각해서 새벽에 사원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히든 스팟이라고 해서 공유되는 정보도 봤고 블로그에도 후기로 버젓이 아직도 올라가 있는 글도 본 적 있다. 2017년 11월부터 금지되었으니 난민타워나 사원 아래에서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추가로 말하자면, 난민타워는 열기구 뜨는 리조트의 바로 반대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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