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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브로모 화산] 활화산에 가서 일출보기!

냉탱 2020. 4. 5. 09:32

  자정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갈 채비를 했다. 약속 시간이 새벽 1시였기 때문에 이 시간에 일어나야만 했다. 일출 시간을 고려하면 숙소에서 브로모 화산까지가 꽤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였다면 잠들 시간에 일어나니 많이 피곤했다. 시간에 맞추어 내려가니 어제 만났던 기사 아저씨가 계셨다. 예약한 사람이 나뿐인 건지 내가 오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새벽의 인도네시아 거리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가로등 불빛은커녕 일반 건물에서 나오는 불빛도 별로 없어서 조금 무섭고 어색하고 신기했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인도네시아의 도로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사아저씨가 밥 이야기를 했다. 나는 피곤했지만 잠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기도 했고 배고프지도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밥을 먹겠냐고 묻는 것과 동시에 기사 아저씨가 밥을 먹고 싶다는 의미였다. 라마단 기간이라 해가 뜨지 않았을 때만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서 언급한 "라마단" 때문에 나는 개고생을 하게 되는데 그건 이 글의 마지막에 써 두겠다.) 우리는 일출을 보러 가는 중이고 내 일정이 끝나면 이미 해가 떠 있기 때문에 아저씨가 지금 음식을 먹지 않으면 거의 하루종일 굶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깜깜한데 어디서 음식을 구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알겠다고 했고 아저씨는 금방 근처에 있는 작은 사테집을 찾아갔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것을 보니 아저씨의 단골집인 것 같았다.   

 

새벽 1시에 모여 오순도순 사테(인도네시아식 꼬치구이)를 만드는 화목한 가족

 라마단이라서 그런 건지 야식을 파는 곳인건지 모르겠지만 주문과 동시에 아저씨의 사테는 요리되었다. 사테가 준비되는 동안, 사람들과 짧게 소통을 할 수 있었는데,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반가워하고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사진을 찍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이 두 장 외에도 꽤 많은 사진을 이 곳에서 찍었다. 대가족이 운영하는 사테집이었는데 이렇게 늦은 새벽 시간에 다 같이 모여 재료 준비, 꼬치 끼우기, 굽기 팀으로 나뉘어서 사테를 만들고 있었다. 정말 괜찮아서 한사코 거절했지만 나에게 무료로 사테도 주고 맛있다고 이야기했더니 1인 식사 분량을 싸줬다. 돈을 계속 드리겠다고 했는데도 정말 괜찮다고 이야기하셨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너무 따듯하고 정겨웠다. 이 사테가게를 가기 전에는 어두운 인도네시아의 새벽이 무서웠는데,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브로모 화산까지 가는 길이 무섭지 않아 졌다. 우연히 들른 가게이고 도로 한복판에 있는 가게라서 다시 찾아가긴 힘들겠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만들어 준 좋은 추억이다. 사실 사테는 잡내가 많이 나서 내게는 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중간 장소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기다렸다. 내가 여행사 숙소를 이용하지 않았고 일행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팀과 조인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지프차로 갈아타고 브로모 화산 일출을 보기 위해서 이동했다. 먼저 작은 매점에 들러 간식을 먹었다. 나는 날씨가 꽤 추워서 커피를 마셨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다. 따뜻하고 달달한 바닐라향 커피가 몸을 녹여줬다. 이 곳에서 만나 인도네시안 커플과 프랑스와 스페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서로의 여행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기간만 다를 뿐 자카르타를 제외한 코스가 비슷했다. 나는 열흘간 바짝 여행을 했는데 그 분들은 한 달씩 여유롭게 여행을 해서 너무 부러웠다. 

 부러움을 뒤로 하고 일출이 가장 아름답다는 킹콩힐로 올라갔다. 매점에서 킹콩힐까지는 5분 정도 걸리는 짧은 구간이라서 힘들이지 않고 잘 올라왔다. 이미 매점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친해진 덕분에 어두운 산길을 서로 조심하면 올라갈 수 있었다. 막상 킹콩힐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캄캄해서 화산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렴풋이 윤곽만 볼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점점 모습을 보이는 화산이 너무 신기했다. 살면서 내가 화산을 직접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일출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서 하늘의 색깔이 점점 변했는데, 이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물론 해가 떠오르는 순간도 아름다웠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지 기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해가 뜨기 전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과 화산은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정말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운이 좋아서 볼 수 있었던 활화산 폭발의 전후. 오른쪽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조그맣게 화산재를 분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Tip1. 일출을 보는 장소가 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예약하기 전, 여행사에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모습을 보고 싶다면 "킹콩힐"로 가셔야 합니다. (위의 사진은 보정을 하나도 하지 않은 사진이고 직접 보면 이 사진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Tip2. 5월 중순의 브로모 화산은 많이 춥습니다. 한국의 겨울과 비슷합니다. 숙소에 따라 겨울 외투를 빌려주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 보고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Tip3. 킹콩힐로 가기 전, 작은 매점에 겨울 모자, 목도리, 장갑 등을 판매하니 준비를 안 했다면 이 곳에서 사면됩니다. 


 일출을 본 후, 브로모 화산을 올라갔다. 브로모 화산은 2011년에 폭발한 적이 있고 현재는 분화구에서 가스를 분출하고 있는 활화산이다. 차에 내리면 흑갈색의 모래가 있고 원한다면 말을 타고 계단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모래가 푹푹 들어가서 걸을 때, 조금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말을 탈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정말 힘든 건, 계단을 오르는 일이었다. 계단이 좁기 때문에 중간에 쉴 수가 없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구간에 각각 사람 1명 정도밖에 다닐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멈추면 다 멈추게 된다. 쉬고 싶을 때, 쉬기가 힘들고 계단이 많기 때문에 좀 힘들었다. 힘들었지만 일출을 보러 갔을 때, 가이드의 동생이 따라와서 사진도 많이 찍어 주고 뒤쳐지는 일행들을 도와줘서 무사히 분화구가 보이는 곳으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힘들었던 활화산 계단오르기

 

 계단 끝에는 분화구가 있었다. 커다란 분화구의 둘레를 따라 돌며 수증기가 올라오는 광경을 관찰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수증기를,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줄 알기에 사람들은 조심해서 구경을 했다. 물론 나도 그랬다. 분화구에서는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수증기는 이 화산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했다.  

 

브로모 화산의 분화구 모습

 

Tip1. 일출 때 입고 갔던 겨울옷은 차에 두고 내리는 게 좋습니다. 날이 따뜻하고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무척 더워집니다.

Tip2. 햇볕이 뜨거우니 선크림을 꼭 챙겨 가서 등산하기 전에 바르세요!

Tip3. 분화구 근처에서는 조심! 또 조심!


 초등학교 4학년 때쯤, 학교에서 화산과 관련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 지를 다룬 재난 영화였는데 그 때 이후로 화산은 무서운 것이라는 이미지가 깊게 박혔다. 맞다. 화산은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2011년에 브로모 화산이 폭발했을 때, 인도네시아 정부가 긴장했고 이 화산의 영향권에 드는 사람들도 무척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이 사람들만큼은, 2011년만큼은 아니겠지만 브로모 화산을 보러 가기로 했을 때 마음 한편으로는 무서운 마음이 컸다. 혹시나 폭발하거나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게 될까 봐 어리석게도 걱정했던 것 같다. 막상 가서 본 브로모 화산은 너무 아름다웠고 아름다워서 감동적이었다. 내가 조심하지 못할 무서울 만한 요소는 정말 없었다.(조심해야 할 곳; 분화구 근처)  화산을 보러 간다고 하면, 위험하지 않냐는 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을 위해서 조금 더 적어 봤습니다. 일정 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오른쪽) 아래에서 본 활화산의 모습과 (왼쪽) 활화산에서 내려다 본 모습

Tip. 라마단 기간에 프로볼링고 및 브로모 화산을 간다면, 전날 밤에 음식을 미리 구입해 두세요. 이 날 다른 도시로 떠나는 날이었는데, 라마단 기간이라서 근처 모든 식당이 닫아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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