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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이젠 화산] 야간 산행 후, 화산에서 본 일출과 칼데라 호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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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이젠 화산] 야간 산행 후, 화산에서 본 일출과 칼데라 호수

냉탱 2020. 4. 6. 10:15

 인도네시아 여행 시작 후, 세 번째로 보는 일출이다. 새벽에 일어나며 내가 이렇게 부지런했던가 생각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3년 치 일출을 모두 보고 가는 느낌이었다. 이젠 화산은 발리 근처라서 그런지 브로모 화산보다 여행객들이 많았다. 여행객들은 발리에서 넘어온 사람들이거나 나처럼 발리로 갈 사람들로 나뉘었다. 평소라면 자고 있을 새벽 1시에 산행 준비를 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전날 브로모 화산에서 너무 추웠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다 껴 입고 출발했다. 특이하게도 이 날 만났던 사람들은 거의 다 프랑스 사람들이었다. 프랑스 사람 5명과 나는 작은 매점에 들러 요기를 하고 야간 산행을 할 준비를 했다. 방독면도 받았는데, 블루 파이어가 있는 장소에 가면 위험하기 때문에 착용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쓸 일이 없었다. 사실 깨끗해 보이지도 않았다. 

 

 

매점에서 마신 바닐라라떼 그리고 험준했던 야간 산행

 

 우리를 태우고 온 기사아저씨가 같이 이젠 화산을 올라갈 가이드를 소개해 줬다. 가이드는 뒤쳐지는 사람들을 좀 더 신경 쓰며 도와주는 것 같았다. 프랑스 사람들과 나는 블루파이어를 꼭 봐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산에 올라갔다. 블루파이어는 어두울 때만 볼 수 있고, 가이드 말로는 4시까지는 올라가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에게 그다지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 같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목표 의식이 없었다면 진짜 힘들었을 텐데 목표가 너무 확고했고 일행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거의 선두로 올라갔다. 길이 되게 어두웠지만 서로 불빛을 비춰주면서 열심히 올라갔는데 블루파이어를 못 봤다. 우리가 간 날은 너무 위험해서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고 했다. (가스가 많이 나와서인 듯했다.) 블루파이어를 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운에 따른 것 같다. 등산 시작 전에 가이드가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막상 도착해서는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너무 아쉬웠지만 좋은 사람들과 힘든 코스를 쉽게 올라갔기 때문에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야간 산행이라 길이 어둡기도 하고 힘든 코스들이 있기 때문에 수레에 사람을 태워서 올라가는 것도 있긴 했는데, 서로에게 위험해 보였다. 그렇지만 정 힘들다면 돈을 지불하고 수레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보기에는 그래도 사고가 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위태롭고 열악해 보여서 추천하지는 않는다. 


 

매서운 바람을 피해 불을 쬐기 위해서 모여드는 사람들

 

 블루파이어 장소를 지나 일출 포인트로 갔다. 블루파이어 장소를 지나고도 일출을 보는 장소까지는 꽤 많이 올라가야 한다. 빨리 올라갔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었다. 정말 진짜 너무 아주 추웠다. 춥기도 추운 거지만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이 너무 거세고 차가워서 머리가 울렸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너무 추워해서 올라가는 동안에 보르도 지방에서 왔다는 프랑스 여자가 새로 산 바람막이를 빌려줬는데, 정상에 도착해서 그 친구가 너무 춥다고 돌려달라고 했다. 그래도 새 옷을 빌려주다니 너무 고마웠다. 그러고 나서는 그 프랑스 여자의 다른 친구가 안 입는 옷이 있다면서 또 빌려줬다. 진짜 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저기에서 일출을 어떻게 기다렸을지 모르겠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젠 화산에서 좋은 추억이 많이 생겼다. 

 뒤쳐졌던 사람들이 도착하자 가이드들도 모여들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구해서 능숙하게 불을 피웠다. 너무 추웠던 나한테는 구세주같은 모닥불이었다. 추웠던 사람들이 많았는지 해가 뜨고 있는데도 계속 불을 쬐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구름에 가려져 동그란 해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화산을 배경으로 점점 변하는 하늘의 색깔은 너무 멋졌다. 

 

 이젠 화산에서 보는 일출은 브로모 화산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젠 화산의 일출 장소는 탁 트여 있어서 해가 뜨는 방향 뿐만 아니라 다른 방향에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사방이 핑크빛으로 물들고 빛에 따라서 땅의 색깔도 바뀌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주변에 큰 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야를 막는 장애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화산과 주변 경관을 깔끔하게 볼 수 있었다. 요즘 도시생활을 하면서 이런 경치를 볼 일이 없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해가 떴지만, 바람은 그대로라서 이대로 계속 바람을 맞다가는 아플 것 같아서 해가 뜬 후, 조금 있다가 바로 하산했다. 

 

구름 모자를 쓴 산봉우리와 그 뒤로 보이는 구름들

 

 야간 산행을 할 때, 아무것도 볼 수 없었는데 해가 뜬 후의 이젠 화산은 너무 멋있었다. 산을 내려가는 동안 풍경이 너무 멋졌다. 마치 그림처럼 산봉우리에 구름이 있거나 걷는 내내 마치 내가 구름 속으로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런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 빨리 하산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보기에는 정말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산성호수라는 칼데라 호수

 

 에메랄드빛 호수인 칼데라 호수를 보았을 때는 감탄사가 연발해서 나왔다.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가질 수 있는 건지 정말 신기했다. 계속 보면서 자연이 얼마나 대단하고도 대단한지 감탄이 나왔다. 이젠 화산에 온 이유는 온전히 블루파이어 때문이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블루파이어를 볼 수 있는 곳은 이젠 화산뿐이라고 하기에 왔던 것인데 가스 분출이 많아 위험해서 들어갈 수 없었다. 물론, 블루파이어도 보지도 못했다. 블루파이어에만 집중해서 칼데라 호수에 대해서 안 찾아보고 왔는데, 그래서 그런가 막상 마주했을 때,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감탄하고 감탄했던 것 같다. 블루파이어를 보지 못해도 칼데라 호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 꼭 이젠 화산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이 호수를 본 후, 백두산 천지를 꼭 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올해 코로나 때문에 무산되었다ㅠㅠ)

 

 

보호장비도 없이 유황을 캐는 광부들

 

 내려오는 길에 호수 근처에서 유황을 캐고 운반하는 광부들을 만났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는 꽁꽁 싸매고 있었는데, 방한용품도 보호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이 괜찮다고 하셨고 찍을 때, 포즈도 잡아주시는 유쾌한 분이었다. 나는 여행을 와서 일생에 한 번 이 험난한 길을 올라갔지만 이 사람들은 매일 추위와 싸워가며 무거운 유황을 들고 산을 오르고 내리는 분들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밝을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그래서 화산에서 본 칼데라 호수와 풍경들도 대단했지만 이 곳에서 매일 일상을 보내는 저 분들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Tip1. 산행을 하는 동안, 더웠다 추웠다하기 때문에 여벌 옷을 껴입는 편이 좋습니다. 모자는 반드시 준비하세요. 바람이 정말 매섭습니다.

Tip2.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꽤 깁니다. 바닥이 엄청 차가우니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바닥의 냉기가 전달되지 않는 깔고 앉을 무언가를 준비해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Tip3. 하산 후, 입구에서 구운 옥수수를 판매하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음식을 따로 준비해가지 않았다면 여기에서 구입해서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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