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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보고르]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싶다면, 타만사파리 본문

여행/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보고르]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싶다면, 타만사파리

냉탱 2020. 4. 1. 10:00

지난 3월 친구들과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박물관에 갔다. 그 곳은 아시아 문명 박물관(Asia Civilisation Museum)으로 아시아의 문명과 문화에 대한 전시를 주로 하는 것 같았으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당시에 전시회 주제가 '동남아시아'였는데 그 전시회에서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인도네시아 유물'들이었다. 나에게는 굉장히 생소했고 신비로웠으며 매혹적이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과 악기들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족자카르타의 '보도부두르 사원' 사진이었다.

 

 싱가포르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 인도네시아 친구에게 인도네시아 여행지 추천을 부탁했을 때, 발리가 아닌 족자카르타를 추천해줬다.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경주라고 했다. (자카르타는 서울, 수라바야는 부산, 발리는 제주도로 비교하면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해가 쉽다.) 그 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전시회에서 본 사진이 너무 인상이 깊어 꼭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지난 5월에 휴가로 인도네시아 자바섬 여행을 다녀왔다. 


9박 10일 일정으로 자카르타에서 시작해서 발리까지 가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을 전반적으로 횡단하는 일정이었다. 여행의 목적이 족자카르타의 보도부두루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 그리고 화산 투어였고 여자 혼자가는 여행이라서 사전에 교통편, 숙소, 화산투어는 모두 예약하고 떠났다.  

 

첫 번째 도시는, 자카르타

 사실 자카르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자카르타에서 내가 한 일은 비행기를 타고 도착해서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 기차를 탄 것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족자카르타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굳이 자카르타에서 내가 한 일을 이야기하자면 이 정도가 다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카르타 관광지를 검색해 봤을 때,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내가 가기 며칠 전에 자카르타에는 지하철이 완공이 되었는데 이것을 제외하고 특별할 만한 것은 없었다. 굳이 이렇게 관심없는 도시에 온 까닭은 근교에 "타만사파리"라는 동물과 교감이 가능한 동물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이 표지판이 보인다면 무사히 보고르에 도착한 것으로 이게 보이는 쪽 출구로 나가면 됩니다. 

두 번째 도시는, 보고르

 보고르는 자카르타의 근교 도시로 사파리 외에도 식물원, 궁궐 등과 같이 관광지가 꽤 있는 곳이다. 하지만 보고르까지 관광하기에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아서 나는 딱 타만사파리만 보고 왔다. 나는 토요일 오전에 출발했고 자카르타 Cikini 역에서 기차를 1시간 20분정도, Bogor역에서 택시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걸려서 타만사파리에 도착했다.

 

 나의 동물원 역사는 유치원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코끼리를 좋아해서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코끼리는 초식동물이지만 동물 중에서 강하다는, 뭐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해외 여행을 가더라도 동물원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해서 굳이 따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아는 동물원은 한국 서울에서 방문한 곳들로 한정된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나이트 사파리를 1회 방문한 적이 있는데, 동물들이 모형인 줄 알았다. 하도 안 움직여서...) 유치원 때부터 동물원에 가면 내가 볼 수 있었던 동물들은 자고 있거나 우리에 없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원을 떠올리면 무기력한 동물들과 동물들의 X냄새가 생각난다. 동물원에 관심이 별로 없더라도 나처럼 이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곳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타만 사파리는 지금까지 당신이 생각했던 동물원과 정반대일 것이다.

 

타만사파리에서 즐겁고 색다른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준비물인 당근!

 타만사파리는 차를 타고 사파리 내부를 둘러보게 되어 있다. 타만사파리를 구경하는 방법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진 선택권이 있다. 먼저, 버스. 버스는 경제적이지만 정해진 시간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을 맞춰가지 않으면 대기시간이 길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동물을 보기 힘들고 시간이 촉박할 경우, 시간 조절도 어렵다. 이 곳에 가기 전에 버스를 탄 분의 후기를 봤는데 버스 창문이 막혀 있어서 일반 차량보다는 동물과 소통할 기회가 적었다. 다음, 택시. 이 방법이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나는 Bogor역에서 탔던 택시를 타고 타만 사파리를 둘러보고 다시 Bogor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했다.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아서 구글 번역기를 사용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번역이 된 것인지 택시 기사가 손사래를 치며 정색했다. 그래서 우리는 타만사파리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차를 세우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우리가 서로 같은 걸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이렇게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점이다. 그리고 택시기사와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분의 입장료를 내줘야 한다. (이건 괜찮다.) 하지만 랜덤으로 택시를 타다 보면 어떤 사람이 올 지 알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다. 이 사람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했는데 들어가는 순간부터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하느라 운전을 너무 위험천만하게 했고 동물들을 만지고 때리고 나에게 당근을 달라고 했다. 자신이 원하는 동물에는 계속 머무려고 하고 원하지 않는 동물은 그냥 알아서 스킵해 버렸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되돌아 갈 수 없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이 사람이 운전 구역을 벗어나서 심지어 호랑이 구역에서는 직원이 사이렌으로 경고를 줬다. 이 분은 너무 즐거워서 손님인 내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보였는데 나에게 당근을 내놓으라고 할 때만 내 존재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사람 자체는 악의가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동물을 만지고 때리는 게 잘못된 거라는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나같은 경우는 그랩을 이용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차량 예약 업체를 사용하면, 기사도 괜찮은 사람이 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후기 중에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없었다. 

 

당근! 당근!! 당근!!! 을 달라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동물들. 창문은 더 열어도 되는데 저는 무서워서 반만 열었습니다.

 택시 기사가 날 좀 화나게 했지만 타만사파리 자체는 좋았다. 이렇게 활동적인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서 신기하고 무섭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인 당근만 있다면 초식동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 학습이 되어 있는 것인지 내가 주기도 전에 창문에 얼굴을 넣고 당근을 달라고 했다. 다소 부담스럽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당근을 주는 체험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파리 투어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당근을 줄 수 있는 곳과 줄 수 없는 곳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니 한 번에 당근을 끝내 버리지 말고 조금씩 주는 게 좋다. 나는 이걸 몰라서 당근을 줄 수 없다는 표지판이 나오자마자 당근을 막 뿌렸고 나중에는 동물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동물들은 상업적이라서 당근이 없다면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택시 기사 아저씨가 운전구역을 벗어나서 찍을 수 있었던 호랑이 근접 사진.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호랑이, 사자, 곰 등과 같은 맹수 구역을 지나갈 때는 창문을 닫아야 한다. 그 구역에 입장하기 전부터 경고하는 표지판이 여기저기 있어서 문 닫을 타이밍을 쉽게 알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창문을 닫아도 맹수들 근처에 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서 동물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나는 다른 관광객보다 더 가까이 갔지만...제발 내 목숨도 좀 생각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관리가 잘 되는 듯 관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었지만 이 때문에 맹수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동물들이 차에 관심이 없어서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단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어서 좀 무서웠을 뿐이었다.

 

졸린 동물의 왕, 사자 그리고 싸움 중인 소들

타만사파리 내에는 아기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도 있고 작지만 놀이공원도 있었는데 나는 자카르타 공항에서 저녁 비행기로 족자카르타에 가야 했기 때문에 그 곳들을 다 둘러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다 스킵하고 빠르게 다시 보고르역으로 돌아와야 했다. 시간이 좀 여유로웠다면 아기 동물들하고 사진도 찍고 구경도 더 했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동물들이 다양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서 계속 신기해하면서 봤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간 동물원들은 내가 돈을 내고 전시되어 잇는 동물들을 구경하는 쪽이라면 타만 사파리는 동물들의 집에 내가 놀러 간 느낌이었다. 물론 관심없고 심드렁한 동물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 동물들이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당근의 힘도 있었지만 초식 동물들은 자신들의 존재에 대한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혼자 갔고 가기 전에 보고르나 타만 사파리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이 곳에서 묵지 않았지만 보고르에서 1박하고 보고르 여행이나 타만 사파리를 관광하는 것이 시간 대비, 체력 대비 더 좋은 것 같다. 혼자 간다면 추천하지 않는 게 우선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고 이 근방에 가로등도 별로 보이지 않아서 밤에는 많이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행이 있는 경우에 1박을 하고 보고르 여행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호텔도 꽤 있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게 3-4개 정도였다.) 자카르타에서 공항 가는 길에 만난 택시 기사도 나에게 차라리 자카르타에 도착하자마자 (밤 비행기로 도착했다.) 바로 보고르에 가서 하룻밤을 자고 관광하는 게 더 좋았을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타만 사파리 (Taman Safari Indonesia) 

주소: Jalan Kapten Harun Kabir No. 724, Cibeureum, Cisarua, Cibeureum, Kec. Cisarua, Bogor, Jawa Barat 16750, Indonesia

운영 시간: 오전 8시 - 오후 5시

 

Tip1. 표 구입 시에 주는 지도를 출발 전에 꼭 살펴보세요. 당근 분배를 어떻게 할 지 도움이 됩니다. (전 지도를 나중에 발견해서 못 봤어요.) 

Tip2. 당근은 5묶음 정도 사는 것이 적당하고 출발 전에 묶여 있는 것을 풀어서 낱개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보다 잘 안 풀려서 막상 동물들이 몰려오면 정신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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