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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미얀마

[미얀마 밍군] 작지만 알찬 관광지, 밍군

냉탱 2020. 12. 3. 09:25

 밍군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는 신뷰메 파고다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관광지들이 반나절 동안의 투어 일정을 알차게 해준다. 신뷰메 파고다를 시작으로 밍군종 - 밍군대탑 (밍군파고다) - 사자상을 순서대로 구경할 수 있다. 나는 선착장에서 가장 먼 신뷰메 파고다를 보고 천천히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상점과 기념품 가게의 전반적인 위치 및 기념품 종류를 보고 싶다면 이 코스를 추천한다. 또한 신뷰메 파고다 근처에 더위를 잠깐 식힐 수 있는 식당 및 카페가 있으니 언제 쉬는 시간을 가질 지 고려한 후, 코스(선착장에서부터 신뷰메파고다 or 신뷰메 파고다에서 선착장)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밍군종 (Mingun Bell)

 

 밍군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으로 압도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종을 보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이라는 명성이 이해가 된다. 종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사진에 담기도 쉽지 않았다. 아쉽게도 종소리는 큰 특징이 없었던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의미있는 유물을 본 것에 의미를 두었다. 크기 말고도 특별한 점이 있는데 이 종을 만든 후, 관련 기술자들이 비슷하거나 더 거대한 종을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기술자들을 살해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19세기에 더 큰 종을 만들기 전까지 이 종이 세계에서 제일 큰 종이었다고 하니 왕에게 이 종이 얼마나 자랑거리였으며 권력의 상징이었을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종 하나 때문에 고생하고 목숨을 잃었을 사람과 가족들을 생각하면 즐겁게 들을 수 만은 없는 이야기였다. 이 종을 만든 Bodawpaya 왕은 다른 관광지인 밍군 파고다를 만들도록 한 사람이다. 

밍군 대탑(Mingun Pahtodawgyi)

 밍군 대탑은 밍군종을 제작한 Bodawpaya 왕의 또다른 계획이었다. 이 거탑은 미완성으로 남았으며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는 불씨를 일으킨 곳이다. 왕권 강화를 꿈꾸며 건설한 거탑이 완성되지 못한 채 한 국가의 비극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거탑 건설에는 노예와 범죄자들이 고용되었는데 워낙 고된 노동에 노동자들이 도망을 갔고 추격하던 미얀마군이 인도 국경을 넘으며 영국과 전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전쟁의 결과는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는 것으로 끝났다. 대탑이 건설되던 당시, 한 점성술사가 거탑이 완성되면 국가가 몰락하게 될 거라는 예언을 했다고 한다. Bodawpaya 왕이 죽으며 밍군 대탑의 완공은 흐지부지된 채 현재의 미완성 모습으로 남겨졌지만 그가 꿈꿨던 왕권의 강화는 커녕 유지마저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몰락은 새로운 국가의 번영이니 국경을 열고 적극적으로 여행객을 유치하기 시작한 미얀마가 번성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두 차례의 지진으로 현재의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관광객들과 불교도들을 맞이하는 거탑의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일대기가 완벽하게 완성된 종교 유적보다 순탄하지 않은 우리의 삶에 훨씬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밍군 사자상 (Lions of Stone in Mingun)

깨알같이 찍힌 사자상 앞에 널려있는 빨래들

 밍군에서 마지막 관광지는 사자상이었다. 신뷰메 파고다도 꽤 큰 편이기 때문에 사자상까지 포함하여 밍군의 관광지는 압도적인 크기가 대표적인 특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사자는 커녕 어떤 동물도 보이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코끼리하고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지진으로 머리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고 하는데 그래서 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자상을 마지막으로 밍군 일정을 마치고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갔다. 날씨는 너무 더웠지만 알차게 밍군을 둘러 보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던 일정이었다. 작은 섬마을에 의미있는 거대 유적들이 있어서 밍군은 작지만 알고 매력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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