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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객의 다사다난한 싱가포르의 서비스 후기 2 (feat.하소연)

냉탱 2020. 12. 2. 09:30

 목요일에는 우체국과 관련된 일이 있었다. 2주 전에 한국에서 보낸 EMS가 있었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평소보다 늦게 한국에서 출발했다. 그 때문에 싱가포르 배송도 늦어져서 굳이 확인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천재지변으로 인해 배송하지 못 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싱가포르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 봤다. 당시에 싱가포르 지역 확진자도 없었고 평화롭디 평화로운 상황이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내가 알지 못하는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인지 배송 기사 분에게 천재지변이 생겼다는 것인지 몹시 혼란스웠다. 배송 물품이 중요한 물건이었기 때문에 우체국에 관련 소포에 대해서 문의를 했다. 다섯 번의 질문 끝에 천재지변의 이유는 알지 못 했지만 물품이 배송되긴 할 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 번의 질문을 했던 이유는 상담원이 계속 그런 소포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쨋든 소포는 무사히 나에게 잘 도착했다. 택배받기도 정말 쉽지가 않았다. 

 

배송 불가 사유로 천재지변이 뭐죠...?  그리고 수취인에게 통지도 안 했는걸요...

 금요일에는 은행에 다녀왔다. 이번주에만 은행에 2번 방문했는데 기존에 이용하던 은행의 계좌를 닫고 좀 더 수익이 나는 곳에 계좌를 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결정은 몇 달 전에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주에야 다녀왔다. 두 번 방문하게 된 이유는 내가 귀가 얇아 원래 열려고 하던 계좌가 아닌 추천하는 계좌를 열었기 때문이다. 계좌를 열기 전에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에서 들은 저축 상품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 계좌를 열러 은행에 갔을 때, 은행원 G씨가 비슷한 상품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 상품을 열려면 추천하는 계좌를 열어야 했다. 장기적인 저축 상품이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갖고 추가 설명을 들었지만 결국에는 들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다시 방문해서 원래 하고 싶던 계좌를 열러 갔다. 처음에 열었던 계좌를 닫기도 귀찮았기 때문에 두 개 모두 쓰기로 결정했다. 영주권자인 남자친구는 바로 계좌를 닫고 오픈할 수 있었지만 외국인인 나는 꼭 은행원 G씨와 방에서 진행한 후에 프론트에 가서 계좌를 열 수 있었다. 이 은행이 3번째로 내가 계좌를 연 곳인데 이런 시스템은 처음이었지만 그런가 보다하고 넘겼지만 남자친구가 기분 나빠하는 걸 보며 첫번째 방문 때도 두번째 방문 때도 내가 느꼈던 기분이 이상한 것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먼저 방에 들어가는 이유는 상품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방문 후에도 한 차례 더 같은 상품 권유를 받았고 거절했다. 이 날 총 3차례나 같은 상품 권유를 받았는데 계속 새로운 사람이 와서 같은 상품을 설명했다. 은행원 G씨는 계속 그 자리에서 우리가 설명을 듣게 했다. 3번째 설명을 하던 사람은 권유하러 온 게 아니라더니 권유를 했고 우리가 거절하자 짜증을 내며 떠났다. 3번의 거절 후, 정말 우리가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내 지갑을 떨어뜨려 놓고 성의없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주우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냥 우리를 두고 말도 없이 번호표를 뽑으러 간다거나 계좌를 만들려고 1시간을 앉아있었는데 정작 그 설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첫 번째 방문 때는 내가 말할 때마다 못 알아듣고 계속 "뭐라고?" 이런데다가 내가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동료하고 중국어로 이야기했는데 남자친구가 옆에 있자 그러지 않는 것을 보고 고의로 그랬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사실 나한테는 상품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그냥 이거 좋으니까 그거 하지 말고 이거 들어라 이정도의 수준이었다. 아마 앞으로 어떤 상품에 가입한다고 해도 이 지점이 아닌 그냥 멀리 있는 다른 지점을 사용할 것 같다. 새로운 상품도 아니고 계속 거절하고 있는 같은 상품을 추천하고 대놓고 차별하고 전혀 친절하지 않은 데다가 불쾌감마저 주는데 다시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계좌를 여는 데 두 시간이나 걸렸던 기나긴 여정은 결국 끝이 났고 난 내가 원하는 대로 계좌를 열고 구성할 수 있었다. (다른 은행에서는 10분 언저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토요일에는 이미 한 주동안 지칠 대로 지쳐서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 집에서 문제가 터졌다. 일요일 오후에 집주인이 월요일(다음날)에 에어컨 청소를 하러 사람이 올 거라고 문을 열어 놓고 출근하라고 이야기를 했다. 스케쥴 변경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이 귀찮았는지 주말은 안 된다는 일주일도 안 갈 거짓말을 했다. 청소를 하고 갔다고 하는데 내가 모르게 하고 간 건지 에어컨 상태가 그대로였다. 집주인도 사진을 보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에어컨 청소 업체를 토요일로 다시 예약해 줬다. (어쩌면 토요일은 집주인한테 주말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에어컨 청소 기사 2분이 오셨는데 방으로 들어오는 기세가 시작부터 짜증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아저씨는 먼지라고 더 이상 닦일 때도 없어보이는 아주 더러운 노란색 걸레로 필터를 닦았다. 그것도 가운데만. 그리고 먼지가 안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그 걸레로 닦아야 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깨끗한 파란색 걸레를 꺼내서 아주 살짝 닦으며 닦지 않은 부분을 보여주고 깨끗하다고 했다. 누가 봐도 엄청 더러운 부분이 있는데 깨끗하다고 우겼다. 나도 눈이 있고 같이 보고 있는데 그런 속임수를 쓰셨다. 그래서 저기 더러워졌다고 했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면서 이거 한다고 몇 푼 받지도 못한다고 화를 냈다. 그래도 에어컨 청소 비용으로 50불을 냈는데 왜 더러운 걸레로 닦는 거냐는 정도는 물어봐도 되지 않냐고 했더니 그건 자기가 정할 일이라고 하며 중국어랑 중국어 사투리로 거짓말하지 말라느니 등등 안 좋은 말을 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청소를 하지 않겠다며 떠났다. 청소만 제대로 하고 가면 그걸로 우리 사인 끝인데 내가 왜 아저씨의 금전적인 부분부터 징징거림까지 들어야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한 주 였기 때문에 다른 에어컨 업체를 예약하기로 집주인과 이야기하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다행히도 아저씨가 짜증을 낼 때, 집주인이 뷰잉을 하러 들렀었다.)

 

(왼쪽) 아저씨가 청소한 에어컨과 (오른쪽) 문제의 노란색 & 파란색 걸레 

 싱가포르에 계속 살고 싶냐는 질문을 들으면 아마도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아마도가 대답의 앞부분에 붙는 이유는 서비스의 질이 형편없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비용을 지불하고) 받고 추가로 일도 더 해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참고 살 수 있을까 자신이 없을 때가 자주 있다. 특히 지난 한 주가 그랬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싱가포리언이나 싱가포르에 오래 거주한 친구들을 그래서 강하게 컴플레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절차가 진행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근데 나는 굳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화를 내거나 협박을 하고 싶지 않고 서로 할 일만 하면 끝날 사이인 사람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도 않다. 귀찮기도 하고 괜히 나쁘게 행동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왕일 필욘없지만 정말 딱 일에 있어서 책임질 부분만 책임져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월요일이 되어서야 택시 회사에서 사과 메일이 왔다. 2번의 자동 메일과 1번의 읽씹의 겪은 후, 4번째에야 내 메일을 읽고 사과를 하고 잘못 청구된 부분을 환불해줬다. 얼마나 시달렸던건지 메일을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주는 정말 마가 낀 주여서 이 모든 일들이 한 번에 일어났던 거이길 바란다. 이런 일은 정말 일주일에 한 번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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