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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객의 다사다난한 싱가포르 서비스 후기 (feat. 하소연)

냉탱 2020. 11. 30. 09:30

 이번주는 마치 마가 끼인 것 같았다. 단 하루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시작은 지난 주에 아마존에서 주문했던 택배였다. 나는 Amazon Prime을 사용하고 있는데 보통 주문한 다음날 도착한다. 지난주 월요일에 받았어야 할 택배가 화요일에 도착한다더니 미루고 미뤄져서 이번주 화요일에 도착했다. 사실 급한 것도 아니었고 이럴 거면 Prime을 굳이 돈 주고 쓸 필욘없지만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였다. (그동안 두 차례나 Amazon 고객센터에 연락했었다.) 2년 넘게 싱가포르에 살면서 서비스의 질이 좋길 바라는 건 나만 스트레스를 받는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를 보자마자 당황스러웠고 열었을 때는 너무 놀랐다. 

 

 박스가 반이 넘게 젖어 있었고 국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집앞에 던지고 가면서 배달 기사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박스에서 계속 내가 주문했던 불고기 소스가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싱크대에서 열어 봐야 했다. 싱크대에서 열어본 건 정말 다행이었는데 파스타 소스가 열자마자 유리병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비닐이 너무 딱 붙어서 있어서 위를 잡고 살짝 당겼는데 유리병이 두동강이 나서 손을 거의 베일 뻔 했다. 이 배송 때문에 일주일 넘게 시달리던 중에 물건마저 엉망이라서 너무 화가 났다. 더 이상 아마존에 연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룸메이트가 대신 연락해서 환불을 받아줬다. 그래도 다행인 건 환불은 이틀 만에 처리가 됐다. 

 


 

 월요일에 있었던 일은 이번주 내내 일어났던 일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아는 분의 부탁으로 싱가포르의 한 통신 회사에 재계약을 도와드리고 있는데 10월 중순에 시작한 것이 아직도 진행이 안 된 것이다. 왜 항상 내가 연락을 해야만 다음 단계로 진행되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메일 한 번 받는 게 정말 쉽지 않다. 결국 전화와 메일을 거듭하고 거듭하여 월요일에 재계약 시작 날짜를 받았고 절차가 딜레이 되었기 때문에 100불 언저리이면 될 비용이 800불이 나왔다. 이 비용을 환불받기 위해서 또 얼마나 연락을 해야 할 지 벌써부터 마음이 갑갑하다. 그래도 우선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으니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기로 했다. 

 

 수요일은 정말 최악의 날이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기가 싫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회사에 가기로 결정했다. 정말 이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6분 후에 오기로 한 택시가 20분 후에 왔고 나는 택시를 타고도 기다려야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가끔 인터넷이 잘 안 된다. 6분을 기다려도 6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나와서 평소처럼 어플의 문제인 줄 알고 예약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15분이 지나도 올 생각을 안 했고 그 동안 어플은 드라이버가 근처에 있다며 5분 안에 탑승하지 않으면 웨이팅비가 추가된다고 했다. 하지만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도 씹고 올 생각도 하지 않는데 취소도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중에 내가 예약한 그랩이 드디어 도착했다. 그리고 내가 타자마자 그랩 드라이버가 하는 말, "너 그랩 취소했지? 나한테 지금 너가 예약한 게 갑자기 안 보이는데!" 드라이버에게 내 화면을 보여주고 취소하지 않았으니 어서 가자고 했고 아저씨는 자신의 에러난 폰을 확인하느라 출발하지 않았다. 그랩 드라이버가 확인해야할 건 핸드폰이 아니라 본인의 차 상태인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말라고 돈이라도 준다고 해도 아저씨는 무엇 때문인지 폰을 확인하느라 좌우로 왔다갔다 운전을 해서 내 안전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지각을 했다. 

 

(왼쪽) 아저씨의 차 상태 (오른쪽) 내가 클레임 후에 받았던 메일

 

 이 날 더 화가 났던 것은 클레임 후에 내가 받았던 메일이었다. 웨이팅 비가 잘못 청구되었고 드라이버가 아니라 내가 기다렸다고 했지만 내가 받은 메일은 내가 드라이버를 기다리게 했기 때문에 청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건 내가 보낸 메시지를 안 읽었다는 것이다. 내가 보낸 메시지는 딱 한 줄 밖에 안 되었다. 이럴 거면 메시지를 안 보내고 Q&A를 읽는 게 낫지 뭐하러 시간 내서 고객센터에 연락을 하게 만드는 지 이해가 안 된다. 같은 이유로 이 날 저녁에 그랩 딜리버리로 저녁을 시켰는데 딜리버리하는 분이 전화도 안 하고 도어벨도 안 눌렀으면서 연락했다고 우기는 것도 그냥 넘어갔다. 어찌되었던 음식은 배달이 되었고 더 이상 서비스 문제로 연락하는 것이 의미없게 느껴졌다.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어났던 일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이다. 이미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있었던 일을 쓰면서 눌러놨던 부정적인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진짜 이럴 때면 너무 화가 나고 한국의 서비스가 너무 그립다. 과도하게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기본적인 것은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 열려서 도착한 또 다른 택배. 이 정도는 괜찮아요. 어쨌든 물건은 멀쩡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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