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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슬기롭진 않은 소비 여행

냉탱 2020. 3. 31. 14:29

사회 생활 N년차. 나는 깨달았다. 아무리 아껴도 내 통장 잔고가 자그맣고 귀여운 이유는 버는 돈이 적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 사실은 싱가포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해외 생활을 하면 월세부터 식비까지 한국에서보다 돈이 더 많이 나가기 때문에 소비를 더 타이트하게 할 수 밖에 없다.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면 내 생활을 내가 버는 돈에 맞추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쇼핑도 자제하고 돈을 아끼는 편이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생활하다보면 가끔씩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 나는 조호바루로 간다. 보통 3-4달에 한 번쯤 주말을 활용하여 "소비"를 위해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는데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는 싱가포르에서 가깝고 물가가 훨씬 저렴하고 서비스의 수준도 괜찮아서 만족스러운 편이다.

 


본격 소비 여행 (내가 조호바루에 가면 하는 일) 

 조호바루에 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신의 발이 되어 줄 "그랩(GRAB)"을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그랩은 한국의 카카오택시와 비슷한 것인데 이곳에서는 택시가 아니라 개인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한다. 사용법도 어렵지 않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누르고(지도에 위치를 표시할 수 있다.) 지불방법을 선택 후, 예약을 하면 된다. 예약한 차량의 위치 및 운전자 정보, 탑승 후 나의 위치를 보여주고 예약 내역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생각된다. 조호바루에서 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시설도 안 좋고 내가 말레이시아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안내방송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목적지를 찾는 데 애를 먹었었다. 그래서 편리한 조호바루 일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그랩"을 다운로드해 가기를 추천한다. (사실 이제는 동남아시아 여행의 필수 어플리케이션인 것 같다.) 

 

첫째, 밥 먹고 카페가기

 만족스러운 소비를 위해서는 배가 든든해야 한다. 배가 고프면 만사가 귀찮아 대충대충 결정하고 나중에 후회할 때가 많다. 나는 웬만한 건 잘 먹는 편이지만 위생은 신경쓰는 편이라 주로 쇼핑몰 안에서 밥을 먹는다. 로컬 식당에서 먹을 경우에는 적어도 사람이 많은 곳을 들어간다. 사실, 특별한 말레이시아만의 음식을 먹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조호바루에서 시도했던 음식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대체로 싱가포르에서 비싸고 맛없어서 자주 안 먹었던 한식을 먹고 중국식, 말레이시아 음식, 과일을 먹는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페리나칸 음식을 시도해보기를 추천한다. 페리나칸은 말레이시안 화교의 문화인데 중국인 남성과 현지 여성이 결혼하여 낳은 여성을 Nyonya(노냐?)라고 한다. Nyonya는 손재주와 요리 솜씨가 좋은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음식을 페리나칸 음식이라고 했다고 한다. 내가 먹었던 곳은 Nyonya Leaf (19, Jalan Wong Ah Fook, Bandar Johor Bahru / City Square mall 3층/ 조호바루 이미그레이션 바로 앞) 이었는데 종류도 다양했고 맛도 괜찮았다.  

 식사 후에는 반드시 커피를 마셔야 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밥을 먹어도 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내가 정한 규칙이다. 이미 아는 맛인 스타벅스나 커피빈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가끔은 힙한 카페들에 들르기도 한다. 구글에 검색해 보면 조호바루에도 괜찮은 개인 카페들이 많은 것 같은데 길치인 나로써는 찾을 방법이 없어 이미그레이션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가곤 한다. 그 근방을 "Cafe Street"이라고 부르는데 그 곳에 가면 6-8개 정도의 괜찮은 카페들이 있다.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괜찮고 커피맛은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이다. 

 

오른쪽 사진은 본가 조호바루점. 이 곳은 조호바루를 방문할 때마다 1회 이상씩은 꼭 방문한다. 체인점은 어느 나라에 있어도 대체로 비슷한 맛을 내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Tip 1. Cafe Street은 It Roo Cafe Famous Chicken Chop를 검색해서 찾아가면 된다. 이 근방에 숨겨져 있는 힙한 카페들이 여러 개 있다. 맛 보다는 분위기를 기대하고 가는 것이 좋다. 

Tip 2Nyonya Leaf 은 체인점이기 때문에 페리나칸 음식을 드시고 싶은 분들은 아무데나 가까운 지점에 가도 괜찮다. 

 

둘째, 네일아트 받기

 네일아트나 페디큐어를 받고 나면 일상에서 문득 기분이 좋아진다. 사무실에서 무심코 키보드를 치는 내 손톱을 본다거나 길을 걷다가 보이는 내 발톱을 보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어떤 지인들은 어차피 자를 손톱과 발톱인데 이것에 돈을 쓰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서로 이해하지 않는 수 밖에.  

 조호바루에서 받았던 네일아트들은 한국에서 받았던 것에 비해서 확실히 스킬은 부족하다. 그리고 조금 두껍게 바르는 경향이 있고 가게에 있는 디자인이라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받고 싶은 디자인을 보여주고 받는 것이나 가게에서 제공하는 디자인을 받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완성도를 높이려면 어려운 디자인은 선택하지 않는 편이 좋다. 지금까지 3번 받았고 네일은 아트를 하고 페디큐어는 기본 젤을 했었는데 가격은 모두 합쳐서 7-8만원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에서는 손만 7-8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과 비교하면 정말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뚱뚱하고 못생긴 손발이지만 네일아트와 페디큐어를 받고 나면 좀 덜 못 생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셋째, 머리하기

 나는 머리에 쓰는 시간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머리를 만지는 시간을 줄이고자 일 년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서 파마를 한다. 하지만 미용실에 가는 것도 머리에 쓰는 시간이라서 싫어한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일 년에 한 번 겨우겨우 가는 편이다. 작년에 싱가포르에 오자마자 단발병에 걸려서 단발에, 앞머리까지 자르는 큰 실수를 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국가인데 단발로 자르니 느껴지는 더위의 깊이가 남달랐다. 게다가 앞머리는 개별 인격이 부여된 것 마냥 여러갈래로 갈라지기 일쑤였다. 1년의 시간이 흘러 앞머리도 길어서 넘겼고 머리길이도 꽤 되어서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때가 되었다고 생각만하고 3개월간 미루다가 미용실에 갔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작년에 싱가포르에서 미용실에 갔을 때는 머리는 괜찮았지만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이 눈에 들어갈 뻔 한 게 3번이 넘었고 너무 당연하게 넘어가서 사과도 못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호바루에서 머리를 해 보기로 했고 서비스도 가격도(작년 가격에서 3분의 1) 머리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무척 마음에 들었던 곳이라서 추천하고자 연락처를 공개합니다. 이 곳에서 펌과 염색을 했습니다. 

넷째, 마사지 받기

 조호바루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마사지 가게는 Javanese massage나 Thai massage가 많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마사지 스타일에 대한 선호도가 있는 것은 아니니지만 자주 가는 가게가 타이마사지를 하는 곳이라서 늘 타이마사지를 받는다. 자주 가는 가게는 Thong Thai라는 가게인데 작은 마사지 가게들보다는 가격이 좀 비싸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싼 럭셔리한 곳은 아니다. 전에 일반 마사지 가게에서 마사지를 받고 멍이 든 후부터는 아무 곳이나 가지 않고 확인된 곳만 가려고 하는 편이다. 당시에 멍이 든 곳이 쇄골주변이라 옷을 입어도 눈에 보였고 그래서 마치 맞고 다니는 불쌍한 애처럼 보였다. 이 곳의 장점은 고급진 곳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체계가 갖춰져 있고( 발도 씻겨 주고 마사지 후, 티도 제공된다.) 마사지를 하는 사람이 태국 사람들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5-6번 정도 받았는데 항상 태국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마사지를 받으면서 단 한 번도 멍이 든 적이 없고 마사지를 받는 동안 노곤노곤하고 시원해서 추천하는 곳이다.  

 

Tip1. Holiday Plaza 지점에 가는 걸 추천한다. Holiday Plaza 건물 1층과 3층, 두 곳에 있기 때문에 1층에 자리가 없으면 3층에 가면 된다.

Tip2. Holiday Plaza 5분 거리에 KSL몰이 있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발생할 경우, 마사지 시간을 예약하고 KSL 몰에서 영화를 보거나 노래방을 가거나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Tip3. (왼쪽 사진) Price 68 옆에 있는 번호는 마사지를 해 준 직원의 번호이다. 마사지가 너무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방문 때 이야기를 해서 그 직원으로 요청하거나 요청하지 않을 수 있다. 

Tip4. (왼쪽 사진) 쿠폰의 스탬프를 다 모으면 그동안 받은 마사지 비용의 평균값을 내어 그 비용에 해당 하는 마사지를 1회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다섯째, 영화보기

 밥도 먹고 쇼핑도 하고 마사지도 받고 네일도 받고 머리도 해서 더 이상 할 게 없다면 이제 영화를 볼 시간이다. 영화만큼 시간을 재미있고 쉽게 보내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노래방을 갈 수 있기는 한데 한국 노래가 거의 없고 제대로 된 반주가 아니라서 추천하지는 않는다. 조호바루에 온 김에 최근 개봉한 영화를 보고 가면 시간도 잘 보내고 표값도 절약도 할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은 말레이시아 자막이 있다는 것인데 어차피 못 알아보니 괜찮다. 


 조호바루는 관광만을 목적으로 가기에는 매력있는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하루쯤 걱정없이 소비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에는 이만한 도시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소개하고 추천한 곳들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누구나 만족할 만한 럭셔리한 곳은 아니다. 계속 언급한 것처럼 괜찮은 가격에, 가격보다 꽤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고 나는 그 곳들을 이용하면 만족했었다. 분기 별로 한 번정도 15-25만원 선에서 나에게 이 정도 대우를 해주는 것이 낭비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 미래엔 미래에 대한 걱정이, 현실에는 팍팍한 삶이있지만 하루 쯤 흥청망청 써도 걱정이 커지는 것도 팍팍한 삶이 더 팍팍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 정도의 일탈은 괜찮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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