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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 50권 읽기

[책 리뷰1]불편한 편의점,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냉탱 2022. 1. 6. 13:50

 도대체 책 한 권을 온전히 다 읽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책 50권 읽기를 2022년 새해의 목표 중 하나로 결정하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이 블로그를 조금 더 활성화시키기이니 책 리뷰를 남기는 것은 나에게 일석이조인 셈이다. 새해에 첫 번째로 고른 책은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다. 의미 부여를 좋아하는 편이라 선 선택 후, 이 책을 고른 이유를 정리하자면 편리해야 할 편의점이 불편하다는 것에서 오는 흥미로움과 요즘 인기가 있다는 것 그리고 책 표지가 예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명절에 개봉하는 가족 영화처럼 따뜻한 느낌이다. (보통 설날이나 추석에 가족이 모두 볼 수 있게 개봉하는 따뜻한 영화같다는 의미이다.) 책 속의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지만 내게 가장 관심이 가는 인물은 '독고'였다. 독고는 편의점 사장님이 직원으로 고용하기 전까지 서울역 노숙자였고 본인이 누구이고 어디에 살고 가족이 있는지도 기억하지 못 하는 알콜중독자로 미스터리한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우가 있고 바른 노숙자로 특별한 술수없이도 사람들이 본인에게 끌리게 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독고의 존재는 소설 전반에 걸쳐 모든 인물들에게 영향을 준다. 같이 일하던 편의점 동료들과 사장님, 본인을 미행하던 사설 탐정, 편의점 고객들 모두 독고의 존대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독고의 영향력으로 각자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소설 속 인물들의 문제는 곪기 직전으로 타이밍이 중요한 것도 있고 어떤 것들은 시간이 필요한 것들도 있었다. 각각의 상황에서 독고가 새로운 관점이나 의견을 제공하면 그들은 상황을 다시 바라보고 흐름에 따라 천천히 본인들의 문제를 해결했다. 독고는 해결책을 주었지만 해결사는 아니었고 간접적이게 그들의 변화를 도왔으며 그것이 문제 해결로 이어졌다. 독고의 해결책은 독특했는데 예를 들면, 술을 마시고 싶을 때는 대신 옥수수 수염차를 마시는 것이다. 

 

 사실 가장 큰 문제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독고였다. 그리고 그 난관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해결해 낸 사람도 독고였다.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독고는 기억을 되찾게 된다. 그러면서 본인이 과거에 했던 잘못과 그로 인해 주변인들에게 주었던 부정적인 영향들, 또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기억해내게 된다. 그리고 깊은 고민 끝에 죽음에서 삶으로, 회피에서 인정으로, 외면에서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변화하게 된다. 또한 용서를 구하는 것의 목적이 용서 받음이 아니라 자신의 죗값에 대한 회개와 아내와 딸이 괜찮아질 때까지의 기다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독고라는 가명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 진짜 자신으로 돌아와 본인의 두 발로 현실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독고의 존재에 가장 영향을 받은 사람은 주인공 자신이었던 것이다. (책 속에서 끝까지 독고의 실명이 언급되지 않아 '주인공'으로 언급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인물들 모두 현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인간 유형이지만 그들의 입체적인 변화는 비현실적이다. 변화는 자신에 대한 인정에서 온다. 자신의 상황과 문제에 대해서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지 않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고 변화의 시작이것만 어른이라는 존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고치기보단 남들이 나에게 맞춰 고쳐지기를 더 바라게 되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삶이 어렵고 힘들다면 혹시 혹시 내가 뭔가 할 수 있게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혹시 너무 우물 속에 있지는 않았나 혹시 내가 너무 편협한 사고로 남을 판단하지는 않았는지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굳이 이렇게 복잡하고 무거운 생각을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따뜻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느꼈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따뜻하기만 한 소설일수도 있고 또 다른 교훈이나 생각을 얻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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